‘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는 독일의 위대한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가 남긴 격언으로 단순히 꼼꼼함을 넘어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든 근본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웅장함 뒤편,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사소한 부분들 속에 진정한 완성도가 숨어 있다는 통찰이다. 

어떤 일의 성공이나 완성도가 세부적인 요소, 즉 디테일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단순히 큰 그림이나 전체적인 틀만으로는 부족하며,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일 때 비로소 완벽함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완벽함은 세부 사항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완벽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반대의 개념인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세부 사항에 문제나 함정이 숨어 있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를 설명하는 ‘목수’이야기는 유명하다.

한 마을에 유능한 목수는 마을회관을 짓는 일을 맡았다.

목수는 회관의 전체적인 형태 등 화려한 외관만 강조한 설계도를 완성했고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감탄했다. 

그리고 회관의 완성을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나무의 결을 다듬는 일, 창문의 틈을 메우는 일, 문틀의 균형을 맞추는 일 등 세부적인 일은 소홀히 했다. 

완성된 회관은 겉으로 보기에는 멋졌으나 시간이 지나자 문은 삐걱거렸고, 창문 틈으로 바람이 새 들어왔으며, 심지어 비가 올 때는 지붕에서 물이 샜다. 

마을 사람들은 불평하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목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큰 그림에만 신경 쓰고 작은 부분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이 회관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그렇다.

디테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디테일이 신뢰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자기 표현의 방식이 된다.

우리 삶의 모든 결과물은 사소한 디테일을 대하는 태도와 정성에서 비롯된다는 교훈을 안겨준다.

악마는 사회 속에 숨어 있다

디테일의 중요성은 긍정적인 '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또 다른 격언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작은 요소들이 어떻게 거대한 문제나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지를 경고한다. 

사회는 수많은 규칙, 절차, 비공식적인 관행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디테일들로 이루어진 복잡한 시스템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 철학자, 비평가인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사회적 불평등은 단순히 경제적 자원만이 아니라 특정 계층의 언어 사용, 문화적 취향, 예절 같은 사소한 '디테일' 속에서 재생산된다고 했다. 

겉으로는 공정해 보이는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그 안의 미묘한 디테일들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여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악마'가 될 수 있다. 

직장 내 갑질 문화에서 상사의 무심한 말 한마디, 미묘한 표정 같은 작은 행동들이 조직 내 위계와 억압을 강화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악마는 사회 구조의 복잡성, 권력의 미시적 작동, 문화적 맥락의 미묘함 속에 숨어 있으며, 종종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인간 본성 그 자체는 어떨까? 

"사람은 본래 선한가, 악한가, 아니면 그 둘을 모두 지닌 불완전한 존재인가?"

가난해도 제비 다리를 고쳐준 흥부가 복을 받는 이야기, "착한 사람 복 받는다"는 속담처럼, 민중은 선한 의도가 결국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맹자의 성선설. 

이는 고난 속에서도 희망과 도덕적 선을 추구하려는 인류의 보편적인 열망을 보여준다.

반면, 순자의 성악설 콩쥐를 괴롭히는 계모와 팥쥐의 탐욕, "사람 믿을 거 못 된다"는 속담은 인간의 이기심과 통제되지 않는 욕망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 경고한다

. 

악한 행동은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성선설과 성악설의 경계가 모호하다. 

'토끼전'에서 용왕과 토끼 모두 생존을 위해 속임수를 쓰고, 무속 신화에서 인간은 운명과 업보 속에서 고뇌하며 불완전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인간이 처음부터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상황과 경험에 따라 선과 악의 선택지 앞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흔들리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임을 보여준다. 

인문학은 인간을 단순한 선악 이분법으로 재단하지 않고, 삶의 복잡한 디테일 속에서 스스로를 완성해나가는 존재로 이해하려 한다. 

결국, 인문학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는 현실 인정과 함께,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결론적으로,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긍정적인 완성도를 향한 헌신을 의미한다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사회적 문제의 숨겨진 근원을 지적한다. 

이 두 격언은 우리에게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세심한 관찰과 계획, 인내와 성실함, 그리고 작은 것의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현대 사회의 빠른 속도 속에서 우리는 종종 디테일을 간과하곤 한다. 하지만 기술적 분야의 작은 오차, 인간관계에서의 작은 배려와 말 한마디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도 겉으로 드러난 현상 너머의 미묘한 디테일들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른 국가들이 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을 '뜯어갔다'며 모든 국가에 관세를 부과, 미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려 세수 증가를 이끌어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세 부과는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 상승을 야기했고, 이는 서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한 기업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무역 상대국들의 상호 보복 조치를 유발해 무역 갈등을 심화시켰고, 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관세 부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정치적 지지기반을 약화시키고 정부 정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아가 예상치 못한 경제적 타격으로 인해 기업 도산, 금융시장 불안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국제 사회의 신뢰를 저해하고 글로벌 협력 체제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트럼프가 발발시킨 무역 전쟁에서 이러한 논리들이 실제로 나타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는 큰 틀에서의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디테일한 정책 설계와 그 파급 효과를 간과했을 때 '악마'가 어떻게 숨어 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신이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든, 혹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든, 잠시 멈춰 작은 부분을 돌아보자. 

그곳에 진정한 가치와 문제의 근원,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신이 숨어있을 수도, 혹은 당신의 노력을 좌절시킬 악마가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은 디테일 위에서 완성된다.

당신은 어떤 디테일에 집중하고 있나··?